경제

MZ세대가 극장을 외면하는 이유, '볼 영화'와 '가격 부담' 해소가 관건

신다영 기자
입력

 

문화체육관광부

2026년 상반기 한국 영화계는 장항준 감독의 사극 '왕과 사는 남자', 연상호 감독의 좀비영화 '군체', 공포영화 '살목지' 등 흥행작으로 활짝 웃었다. 

 

'왕과 사는 남자'는 1천689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관객 수 2위,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군체'는 6월 누적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고, '살목지'는 324만 관객을 모아 한국 공포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몇몇 흥행작만으로 영화산업의 회복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이후 연간 극장 관객 수는 팬데믹 이전의 절반 수준인 1억 명에 머무는 상황이다. OTT 영향력 확대로 극장가 침체는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정부는 영화·공연 활성화를 위해 '문화가 있는 날'을 매주 수요일로 확대하고, 영화 할인 혜택을 월 2회로 늘렸다. 또한 6천 원 영화 관람 할인권 225만 장을 배포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MZ세대는 영화를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 최근 3개월 동안 영화관 방문 횟수를 묻는 설문에서 '2회'가 29.0%로 가장 많았고, '1회' 25.1%, '0회' 21.1%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영화관이 일상적인 여가 공간에서 특별한 날에만 찾는 장소로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영화관 관람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는 '볼 만한 영화가 줄었다'는 응답이 38.9%로 가장 많았다. M세대 찌닝 님은 "10대 때는 혼자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런데 영화 장르가 갈수록 자극적인 데다 스토리도 비슷해서 안 가게 돼요. 웬만하면 OTT로 다 볼 수 있고요"라고 말했다. 

 

M세대 만두 님은 "퇴근하면 피곤해서 영화 보러 갈 기력이 없어요. 10분짜리 유튜브 영상도 뭘 볼까 고민하는데 재밌을지 아닐지 모를 영화를 보려고 외출할 엄두가 안 나요"라고 밝혔다.

 

'티켓 가격 부담'도 30.8%로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M세대 초초다 님은 "10년 전 조조영화가 5천 원일 때 매주 두세 번은 영화관에 갔는데 지금은 비용 때문에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만 가게 돼요"라고 언급했다. 

 

반면 'OTT로 충분해서'라는 응답은 14.9%에 그쳐, OTT가 극장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극장에 갈 만한 이유가 줄었다는 쪽에 가깝다고 분석됐다. 이 밖에도 '시간을 내기 어렵다'는 12.0%, '영화관이 불편하다'는 1.8%였다.

 

하지만 MZ세대 역시 영화관을 찾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응답자의 59.8%는 '큰 화면과 사운드로 몰입하고 싶어서'를 선택했다. 

 

고가임에도 IMAX, SCREENX 등 특별관이 인기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M세대 디소니 님은 "저는 주로 IMAX나 음악 영화처럼 특별관에서 보면 좋은 작품을 보기 위해 영화관에 가요. 확실히 OTT로 보는 것과 느낌이 다르거든요"라고 말했다. 

 

Z세대 영화보는각설 님은 "웅장한 사운드랑 제가 영상을 멈출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영화관에 가요. 집에서는 집중력이 흐려지거든요"라고 밝혔다. 

 

'데이트나 가족 모임 하기 좋은 외출 코스라서'는 18.0%, '혼자만의 기분 전환용'은 12.5%, '특정 배우, 감독, 시리즈 팬이라서'는 6.8%, '굿즈, 특전, 팝콘 같은 경험 때문에'는 2.9%를 차지했다.

 

정부가 배포하는 '영화 할인권'의 효과를 묻는 질문에는 '어느 정도 그렇다' 51.4%, '매우 그렇다' 20.9%로 나타나, 총 72.3%가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이는 가격이 영화 관람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보여준다. 영화관에 다시 관객을 불러오기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할 과제로는 '가격(티켓, 부대비용) 부담 완화'가 56.1%로 가장 많았다.

 

특히 '상영작 라인업(작품 다양성, 재개봉) 확대'가 32.9%에 달해, 다양한 장르와 독립·예술영화, 재개봉작 등에 대한 수요가 높게 나타났다. 반면 '영화관 경험(좌석, 환경 등) 개선'은 4.7%, '팬덤·커뮤니티 요소(특전, GV, 이벤트) 강화'는 3.4%, '접근성(상영 시간대, 지역 상영관) 개선'은 2.9%에 그쳤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영화산업 지원 정책으로는 '관람료 지원 확대(할인권 상시화, 대상 확대)'가 38.3%로 가장 많았으나, '제작 지원 강화(신인, 중저예산, 장르영화 등)' 24.8%, '스크린 독과점 방지' 19.6% 의견도 높게 나타났다. 

 

관객들은 단기적인 할인 정책보다 다양한 영화가 제작되고 상영될 수 있는 산업 환경 조성을 더 중요한 과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M세대 김도치 님은 "티켓 가격 인하만으로는 영화 팬을 붙잡을 수 없어요. 좋은 시나리오의 부재가 원인이에요. 시나리오 작가, 제작진 대우가 좋지 않으니 많은 작가가 드라마, 웹소설, 웹툰으로 떠나거든요. 좋은 시나리오를 발굴하는 데 정부의 시선이 모아졌으면 좋겠어요"라고 제언했다. 

 

Z세대 D 님은 "최근 한국 영화의 위기는 제작사와 배급사가 분리되지 않은 탓이라는 글을 봤어요. 배급사 입맛에 맞는 영화만 투자받으니 비슷한 영화만 만들어지고 관객의 흥미가 떨어진다는 거죠"라고 지적했다.

 

특히 스크린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Z세대 눈누 님은 "관심 있는 영화가 개봉해도 영화관에서 밀어주는 작품이 아니면 보기가 힘들어요. 개인의 취향이 강조되는 시대에 선택지를 넓혀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어피티는 극장가가 살아나려면 가격 부담을 줄여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과 극장에서 보고 싶을 만큼 좋은 영화를 다양하게 공급하는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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