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신형거국체제, 기술 패권 경쟁 앞서

중국이 하이테크 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 전략을 지속적으로 변화시키며 글로벌 기술 패권에 도전하고 있다. 한때 중국의 야심찬 산업 정책으로 주목받았던 '중국제조 2025'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식 문서에서 자취를 감췄다.
중국 정부는 명칭만 바꾸고 전략의 본질은 유지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고품질발전(高質量發展)'이나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 등의 용어로 하이테크 제조업 육성 정책을 지속해왔다고 분석한다. 이는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 전략을 연상시키는 접근법으로, 10년간 조용히 기술력을 축적해온 결과라는 평가다.
이러한 전략적 접근의 성과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전기차 제조사 BYD, 배터리 기업 CATL, 메모리 반도체 CXMT, 태양광 기업 유니트리, AI 스타트업 딥시크 등 중국 기업들은 각 분야에서 서방 경쟁사들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하이테크 산업 성장 동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근 발표된 '2025 정부 업무 보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리창 총리가 발표한 이 보고서에는 '신형거국체제(新型擧國體制)'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이는 국가 전체의 역량을 동원해 하이테크 산업을 지원하는 체제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 개념이 마오쩌둥 시대의 대약진 운동을 연상시키지만,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대의 '신형거국체제'는 시장 수급을 고려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가가 전략적 산업 분야를 선정하고 민간과 학계의 역량을 집중시키되, 시장 메커니즘을 존중하며 추진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접근법은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과 시장 원리의 조화를 추구하는 '중국식 모델'로 볼 수 있다. 서방 국가들이 중국의 산업 정책을 비판하는 가운데, 중국은 명칭을 바꾸고 전략을 조정하면서도 하이테크 산업 육성이라는 핵심 목표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