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반도체 계약학과, 의대 넘어선 새로운 선택지로 부상

신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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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 산업의 호황과 더불어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가 급상승하며 의약학계열에 버금가는 새로운 진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0억대 성과급 기대감까지 더해지면서 대학 입시 경쟁률 또한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공계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 속에서 반도체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입시 업계에서는 더 이상 대학 서열이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최상위권 학생들은 의약학계열, 반도체 계약학과, 로스쿨 연계 학과 등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추세다. 경기가 어려워지고 취업난이 심화된 상황 속에서 반도체 계약학과의 인기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와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경쟁률은 각각 5.84 대 1, 5.33 대 1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계약학과인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11.80 대 1,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9.0 대 1, 고려대 반도체공학과는 7.47 대 1을 기록했다. 이는 고려대 생명과학과(2.96 대 1), 연세대 기계공학부(2.95 대 1)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대기업의 실적 개선과 주가 흐름, 고액 성과급 등이 반도체 전공의 매력을 키우면서 최근에는 반도체 계약학과가 의대와 견줄 만한 대안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의약학계열 지원자들이 정시 원서를 쓸 때 ‘의대 두 곳, 반도체 계약학과 한 곳’을 세트로 묶어 쓰는 전략을 활용하면서 의대와 반도체 계약학과 지원자가 겹치기 시작했다.

 

주요 대학에서 반도체 계약학과의 합격선 또한 높아지고 있다. 2025학년도 연세대 자연계열 정시모집 합격선(국수탐 백분위 70% 기준)을 분석한 결과 의예과(99.25점) 치의예과(97.75점) 약학과(96.25점)에 이어 시스템반도체공학과(95.59점)가 4위에 올랐다. 시스템반도체공학과의 합격선은 생명공학과(94.0점) 첨단컴퓨팅학부(94.0점)보다 높았다.

 

대학의 인기 학과는 산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변해왔다. 경제 개발 초기 단계인 1960년대에는 화학공학이, 중동 건설 붐과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되던 1970년대에는 기계공학과 건축공학이 인기였다. 1980년대에는 최고 수재들이 물리학과와 전자공학과로 몰렸다. 관련 학과에서 우수 인재가 쏟아지면서 삼성전자 등 한국의 전기전자 산업이 본격적으로 꽃을 피우는 기반이 됐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고소득이 보장되는 평생직장’을 상징하는 의약학계열이 ‘원톱’으로 올라섰다. 신창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이번 AI발(發)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의대에 미친 한국’을 ‘공대에 미친 한국’으로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공대 부활로 반도체뿐 아니라 기계 항공우주 등 공학 분야 전반이 고소득·고성장 산업으로 자리 잡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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