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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개막, AI가 바꾸는 야구 중계의 미래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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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밖 기술 경쟁 본격화…메이저리그 앱 트래픽 18% 급증하며 콘텐츠 혁신 입증
▲WBC 8강전 경기장, 마이애미 론디포파크 전경
▲WBC 8강전 경기장, 마이애미 론디포파크 전경 / 사진제공=WSC Sports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과 함께 야구계의 기술 혁신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 대표팀이 3월 9일 오후 7시 호주와의 8강 진출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둔 가운데, 그라운드 안팎에서 벌어지는 두 가지 경쟁이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김도영, 이정후, 오타니 쇼헤이, 마이크 트라웃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필드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펼치는 동안, 스포츠 콘텐츠 기술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기반 중계 혁신을 둘러싼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스포츠 기술 전문기업 WSC Sports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야구는 전통과 향수의 스포츠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기술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종목이다. 영화 '머니볼'로 대중화된 세이버메트릭스는 데이터 분석을 경기 전략에 접목한 선구적 사례로 평가받는다. 

 

메이저리그는 2002년 스포츠 리그 최초로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MLB.TV를 출시했으며, 2015년에는 타구 속도와 발사각을 실시간 분석하는 Statcast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국 KBO 리그 역시 2024년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을 1군 경기에 적용하며 기술 혁신 대열에 합류했다.

 

최근 야구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AI 기반 콘텐츠 제작이다. WSC Sports와 같은 기업들은 리그와 방송사가 라이브 및 비라이브 경기 영상을 AI로 자동 분석해 소셜미디어, 모바일 앱, 스트리밍 플랫폼 등 다양한 채널에 즉시 배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야구의 특성상 AI 기술 도입 필요성은 더욱 절실하다. 메이저리그는 팀당 162경기를 치르며 한 시즌 2400경기 이상이 열린다. 이 과정에서 쏟아지는 방대한 경기 장면을 사람이 직접 실시간으로 편집해 맞춤형 콘텐츠로 제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팬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도 급변하고 있다. 과거 경기 전체를 시청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홈런이나 결정적 수비 같은 '순간(Moment)' 중심의 숏폼 콘텐츠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다.

 

메이저리그는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AI 기반 개인화 콘텐츠 기능을 도입했다. 팬들이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하이라이트 영상을 자동으로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 결과, MLB 앱의 일일 트래픽은 2024년 대비 약 18%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아시아 야구 시장에서도 AI 콘텐츠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다. 대만 방송사 CSTV는 WSC Sports와 협력해 프로야구(CPBL) 퉁이 라이온즈의 경기 하이라이트를 AI로 자동 생성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단순 편집을 넘어 경기 화면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선수, 소속팀, 플레이 유형별로 영상을 자동 분류한다.

 

그 결과 CSTV는 수작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3개의 타깃형 유튜브 채널에 맞춤형 숏폼과 비하인드 씬을 동시다발적으로 유통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대만에서 검증된 이 타기팅 기술이 향후 아시아 야구 시장의 팬덤 마케팅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SPN 디지털 비디오 콘텐츠 부문 수석 디렉터는 "AI와 자동화를 콘텐츠 제작의 핵심 가속 요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인간의 창의성과 자동화를 결합하는 조직일수록 콘텐츠 제작 속도와 시의성, 생산량 측면에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WBC와 같은 글로벌 이벤트가 스포츠 콘텐츠 산업의 변화를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2026 WBC는 세계 최고 선수들의 경쟁 무대이자, AI 기반 콘텐츠 기술이 글로벌 스포츠 산업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장이 될 전망이다.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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