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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11년 만에 최고... 부실 확산 우려
경제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11년 만에 최고... 부실 확산 우려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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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대출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은행들의 부실 대출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원화 대출 평균 연체율은 0.49%로, 작년 12월 말보다 0.14%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일부 은행에서 1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부실 확산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은행들은 매년 1분기에 부실 대출을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올해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부실 규모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보다 커졌다. 

 

4대 은행의 올해 1분기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조 8225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34%나 증가했고, 이는 2020년 1분기보다도 5500억원 많은 수치다. 또한, 전체 여신에서 연체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인 NPL비율도 0.33%로 작년보다 크게 상승했다.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은 부실 채권 정리 노력을 강화했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인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상황이 어려워지다 보니 아무리 털어내도 부실 채권이 예년보다 많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평균 연체율은 0.67%로, 작년 말보다 0.19%포인트나 높다. A은행의 지난달 말 자영업자 연체율은 0.57%로, 종전 최고치와 같은 수준을 기록했고, B은행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0.56%로, 2014년 6월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이처럼 연체율이 악화된 배경에는 경기 침체와 함께 비교적 높은 금리가 지속된 점을 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금리가 내려가긴 했지만, 0~1%대 금리를 기록했던 2020년대 초반보다 1~2%포인트 높은 금리가 2년 이상 계속되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이다. 미국발 관세 전쟁 여파 등으로 경기 불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정부의 자영업자 빚 탕감 추진이 오히려 부실 채권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빚 탕감을 쉽게 해주면 성실히 빚을 갚으려는 자영업자들이 버티기로 돌아설 수 있고, 이렇게 되면 부실 채권이 더 쌓일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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