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F 2025, 게임과 서브컬처 융합 축제로 새로운 지평 열다
지난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제1전시장 앞은 두꺼운 패딩과 담요로 무장한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전날 내린 눈이 녹지 않아 빙판길이었지만, AGF 2025를 향한 팬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랐다. 원하는 굿즈와 체험 부스를 선점하려 전날 밤부터 텐트를 치고 대기한 ‘오픈런’ 관람객도 적지 않았다.
오전 10시 개장을 앞둔 3홀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뤘다. 문이 열리자 관람객들은 긴 줄을 이룬 채 전시장 안으로 밀려 들어갔고, 스마일게이트, 레벨 인피니트, 엔씨소프트, 네오위즈, NHN 등 주요 게임 부스는 개장 직후부터 대기열이 관람 동선을 가릴 정도로 붐볐다. 현장에서는 “지스타보다 더 붐비는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AGF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작년까지 이틀만 하던 행사를 올해부터 3일로 개최 기간을 늘렸다. 전시 부스도 올해 1~5홀까지 확대했는데 최대 규모”라며 “오늘 평일인 금요일인데도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작년까지는 애니메이션 팬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게임사들이 많이 참가하면서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엄청 많아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에픽세븐’ 존을 작은 축제 마을처럼 연출했다. 나무 아치와 전구 장식 아래 신작 ‘미래시’ 무대에서 코스어들이 캐릭터 복장을 하고 포즈를 취했다.
팬들은 삼각대를 세우고 사진과 영상을 찍느라 분주했다. 뒤편 ‘무료 복권’ 코너에는 폴딩 카트와 피규어를 받기 위한 줄이 수십 미터 이어졌다. 체험을 마치고 나온 관람객들 손에는 스탬프북과 굿즈 쇼핑백이 하나씩 들려 있었다.
맞은편 레벨 인피니트의 ‘승리의 여신: 니케’ 부스는 체감 혼잡도가 가장 높았다. 거대한 전차 모양 시연존과 겨울 콘셉트 장식이 눈에 띄었지만, 정작 부스 전면은 사람들로 가득 차 출입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굿즈 스토어와 미니게임, 열차 탑승 이벤트를 모두 즐기려면 몇 시간씩 대기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한 관람객은 “지스타보다 줄이 더 긴 것 같다”며 “이 정도면 서브컬처 팬덤이 메이저 게임쇼를 넘어선 느낌”이라고 말했다.
네오위즈는 ‘브라운더스트2’ 2.5주년을 맞아 눈꽃 장식으로 꾸민 ‘겨울 왕국’ 콘셉트 부스를 마련했다. 거대 타워 LED에서 주인공 캐릭터 영상이 상영됐고, 한쪽에는 굿즈 존이 마련돼 피규어와 일러스트를 사려는 팬들의 줄이 끊이지 않았다.
오후에는 국내외 유명 코스어가 총출동하는 ‘쁘라운 코스어 쇼’와 라이브 드로잉 쇼, 성우 토크쇼가 이어지며 무대 주변이 북새통을 이뤘다.
넥슨은 ‘마비노기 모바일’로 별도 부스를 마련했다. 입구는 원작 설정을 살린 ‘학교’ 콘셉트로 꾸며졌고, 안쪽에는 ‘티르코네일 광장’과 풀밭, 목장을 재현한 리프레시 존이 마련됐다.
안쪽의 식료품점 콘셉트 F&B존에서는 유튜브 채널 구독을 인증한 관람객에게 쿠키와 음료 세트를 나눠줬다. 이용자들은 중간에 마련된 캠프파이어에서 받은 쿠키와 음료를 먹거나 의자에 앉아 쉬면서 휴대전화 충전, 보조배터리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엔씨소프트는 애니메이션 액션 RPG 신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앞세워 AGF에 첫 출격했다. 부스는 게임 속 마을을 옮겨놓은 것처럼 건물형 구조물과 캐릭터 배너로 꾸며졌다.
관람객들은 미니게임을 체험하고, 버추얼 유튜버가 등장하는 카페테리아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현장에서는 글로벌 비공개 테스트(CBT) 참가자를 모집했다.
내년 1분기 구글플레이와 스팀에서 CBT를 진행할 예정이라 “지금 신청해두자”는 이용자들이 줄을 서서 신청서를 적는 모습도 보였다.
NHN 부스도 눈에 띄었다. 애니메이션 IP를 활용한 퍼즐 게임 ‘최애의 아이: 퍼즐 스타’ 부스는 핑크색 구조물과 대형 키비주얼로 꾸며졌는데 남성 관람객 비중이 특히 높았다. 맞은편 RPG ‘어비스디아’ 존에서는 DJ가 게임 음악을 섞어 틀고, 버튜버와 함께하는 이벤트가 이어지면서 “작은 클럽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에이블게임즈의 ‘크레센트’ 부스는 우주선 카페 콘셉트로 꾸며져 코스어와 타로 이벤트, 포토타임을 앞세워 서브컬처 팬들을 끌어모았다. 이용자들은 이벤트를 통해 카페에서 받은 메뉴를 들고 위층에 마련된 코스어와의 데이트도 즐길 수 있었다. 또한 ‘명일방주: 엔드필드’ 부스에서는 2차 CBT 빌드를 즐길 수 있는 시연 공간도 마련됐다.
AGF 2025는 개최 기간과 전시 공간을 동시에 키우며 사실상 '서브컬처+게임' 통합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했다. 애니메이션 굿즈를 사던 팬들 사이로 콘솔, 모바일 게임에서 익숙한 캐릭터 후드를 입은 관람객들이 섞였다.
현장 분위기는 지스타와는 달랐다. 지스타가 신작 체험 및 평가에 중점을 둔 행사라면, AGF는 이미 서비스 중인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팬들이 한자리에 모여 세계관과 캐릭터를 공유하는 ‘취향 축제’에 가까웠다.
부스마다 시연존 옆에 굿즈 숍, 테마 카페, 코스프레 무대가 붙어 있는 이유다. 현장에서는 “올해는 AGF가 지스타를 뛰어넘은 것 같다”, “서브컬처 축제가 이렇게 커질지 몰랐다”, “작년보다 규모가 훨씬 커져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AGF 2025는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열린다. 주말에는 코스프레 퍼레이드와 인기 성우, 버튜버 무대가 예정돼 더 많은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관람객인 7만 2000여 명을 훨씬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장의 한 관람객은 “지스타는 게임 신작 공개 및 시연대가 많아서 체험하는 행사라면 AGF는 한 게임의 세계관을 좀 더 깊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축제 같다”며 “좋아하는 게임을 함께 즐기는 이용자들이 많아서 팬들과 같이 논다는 느낌이 들어 즐겁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