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예종 이전 논란… 정치적 쟁점 부상, 학생들은 반발

신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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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이전 문제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학교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학생들은 학교 이전 결정 과정에서 의견이 배제되었음을 지적하며 교육 환경 악화를 우려한다. 한편, 학교 측은 충분한 준비 없이 진행되는 이전은 예술 교육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학생 A씨는 “시험 기간에 학교 이전 이야기를 기사로 처음 들었다”며 “학생들에게 사전에 의견을 묻지도 않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다들 황당하다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캠퍼스 곳곳에서는 학교 이전 이야기가 오가며 학생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한예종을 전남·광주 통합 특별자치단체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법안에는 석·박사 과정 대학원 신설 내용도 포함되어 있으며, 정 의원 측은 이를 “국가 균형 예술 발전을 위한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서울을 중심으로 형성된 문화·예술 인프라를 고려할 때 캠퍼스만 이전하는 것은 교육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학생 B씨는 “서울에는 화방, 공방, 전시장, 현업 작가 네트워크가 몰려 있다”며 “미술 전공생에게 재료를 구하고 작품을 보여줄 기회가 어디에 있느냐”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학생회는 성명서를 통해 “전국 문화시설 기반 현황상 수도권 비중이 36.9%이고, 공연 티켓 판매 비중은 수도권이 82.7%에 달한다”며 “정부의 서울 쏠림 방기의 책임을 왜 한예종이 져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시아 최고 수준의 예술대학을 정치 목표 달성을 위해 잘라 붙이는 것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한예종 졸업생 강모씨는 “학생만 3000명이 넘는데,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이전을 꺼내 든 것 같다”며 “캠퍼스 이전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18년째 학교에서 청소 일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학생들이 싫어하는데 누가 가겠느냐”며 “여기는 학교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 삶의 터전”이라고 말했다.

 

학교 주변 상권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서울시 상권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한예종 석관동 캠퍼스 주변 외식업종의 20·30대 매출 비중은 30~50%에 달한다. 한예종 이전은 이 지역 상권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석관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C씨는 “한예종 후문 쪽은 경희대와 한국외대도 있어서 그나마 타격이 덜하겠지만, 정문 인근 배달 음식점, 자취방 임대업 등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예종 이전 논의는 처음이 아니다. 석관동 캠퍼스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조선왕릉 의릉 옆에 위치해 의릉 복원을 위해 2009년부터 이전 논의가 이어졌다. 서울 송파, 서초, 노원, 경기 과천, 고양, 인천 서구 등이 후보지로 거론되었지만, 막대한 이전 비용과 캠퍼스 통합 문제 등으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광주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유치 공약이 잇따르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는 경기권 유치를, 조상호 세종시장 후보는 세종 이전 구상을 각각 내걸었다.

 

한예종은 입장문을 통해 “충분한 준비가 전제되지 않은 캠퍼스의 물리적 이전은 예술 교육 시스템의 효율성을 저하하고, 국가적 예술 자산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학교 측은 “지금 필요한 것은 학교 이전이 아니라 교육 환경을 고도화하고 예술 현장과의 결합을 강화하는 실질적인 지원”이라며 “일방적인 이전 추진에 앞서 학교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존중해달라”고 밝혔다.

신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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