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준 감독의 승리, 한국 영화계 부활의 신호탄
장항준 감독의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를 제치고 흥행에 성공하며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침체되었던 극장가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러한 결과는 단순히 두 영화의 흥행 성적을 넘어, 한국 영화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장항준 감독은 김은희 작가의 ‘팔자 좋은 남편’이자 예능인이자 가끔 감독도 하는 유명인이다. 그는 ‘라이터를 켜라’, ‘불어라 봄바람’ 등의 영화를 통해 평범한 혹은 평범한 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랑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영화는 허술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와 현실적인 이야기 전개로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을 얻는다. 특히 그는 흥행에 실패한 ‘리바운드’를 통해 최약체 고교 농구팀이 승리를 이어가는 실화를 감동적으로 그려내며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다.
영화는 항상 격돌한다. 한국 영화가 잘 되던 시절에는 같은 시즌 많은 영화들이 동시 개봉했다. 영화는 부동산 과열 지구의 임대 상점 같은 곳이다. 한 가게가 잘 되면 옆 가게도 잘 된다. 물론 이건 사람들이 결정도 하지 않고 극장에 간 뒤 남은 티켓을 선택해 영화를 보던, 기억도 잘 나지 않는 옛날 이야기다. 천만 시대를 연 두 영화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는 비슷한 시기 각각 1108만, 1174만 관객을 끌어들였다. 한국 영화 경쟁의 시대가 시작됐다.
‘왕과 사는 남자’와 ‘휴민트’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다. 2005년 곽경택 감독의 첩보물 ‘태풍’과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가 격돌했을 때, ‘왕의 남자’가 401만 관객을 동원한 반면 ‘태풍’은 1174만 관객을 동원하며 승리했다. 당시 언론은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고 평가했다. 이는 ‘태풍’이 재미가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관객은 귀신같이 재미있는 영화와 없는 영화를 골라낸다.
‘휴민트’는 지나칠 정도로 잘 만든 영화다. 잘 디자인된 액션 장면들의 쾌감으로 보자면 류승완 감독의 커리어에서 가장 돋보이는 영화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왕과 사는 남자’는 지나칠 정도로 잘 만든 영화는 아니다. 한 비평가는 “배우들 캐릭터 표현이 신선한데 정작 연출이 쿰쿰한 느낌을 풍겨서 유감”이라고 평가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옛 한국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데가 있다. ‘왕의 남자’를 비롯한 사극이 ‘웰메이드 사극’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공개되던 시절의 한국 영화와 유사하다. 단종 이야기는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된 이야기다. 단종(박지훈)이 호랑이에 맞서 활을 쏘는 장면은 허술하지만, 관객은 역사의 비극에 울었다. 설 연휴 관객에게 이러한 올드함은 장점이 되었다.
장항준 감독의 영화는 사라진 ‘중간 영화’의 부활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항상 새롭고 거대한 것만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익히 아는 감동과 이야기를 선호한다. ‘왕과 사는 남자’는 가족 단톡방에 등장한 중간 영화다. 한국 영화계가 중간에서 다시 답을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