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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OTT 동반성장, BTS 컴백이 여는 새로운 시대

신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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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7월 13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프레디 머큐리가 퀸의 히트곡 '라디오 가가' 후렴구를 부르는 순간, 관객 7만여 명이 일제히 손을 올리고 박자에 맞춰 두 번 박수를 치는 장관이 펼쳐졌다. 

 

인공위성 13대를 통해 전 세계 15억 명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된 이 장면은 음악이 기술을 만나 지구촌을 하나로 묶은 역사적 상징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41년이 흐른 2026년 3월 2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또 한 번의 중계 역사가 기록될 예정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컴백 기념 '아리랑(ARIRANG)' 공연을 넷플릭스가 전 세계 190여 개국에 실시간 동시 생중계한다.

 

이는 넷플릭스가 한국에서 선보이는 첫 라이브 콘텐츠이자, 세계 최초의 야외 대규모 대중 공연 생중계로 K팝이 넷플릭스를 만나 물리적 공간과 송출 플랫폼의 한계를 벗고 전 세계 팬들과 '순간'을 공유하는 시대로 진입했음을 알린다.

 

과거 '라이브 에이드'가 각국 방송사가 위성 신호를 받아 자국 사정에 맞춰 재송출하던 '분산형 중계'와 달리, 이번 BTS 라이브는 넷플릭스라는 단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어디서든 똑같은 순간을 공유하는 특징이 있다.

 

기술적 진보 또한 눈에 띈다. 과거에는 기술적 한계로 현장의 미세한 숨소리나 악기 떨림까지 전달하기 어려웠지만, 이번에는 수십대의 초고화질(4K) 카메라 신호를 실시간 믹싱해 현장의 VIP석보다 생생한 화질과 입체 음향을 구현한다. 아티스트의 미세한 숨소리와 감정선까지 안방극장에 전달하며 '실시간 시청 경험'의 극치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넷플릭스는 2024년 '제이크 폴 vs 마이크 타이슨' 복싱 경기 라이브에서 약 6500만 명 동시 접속을 기록한 바 있다. 이번 공연을 위해 넷플릭스는 전용 라이브 인프라를 구축하고 가혹한 시뮬레이션을 반복했다. 수천만 명이 동시에 시청하는 라이브 영상은 데이터 용량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크기 때문에 넷플릭스는 원본 영상을 실시간으로 압축하는 '비디오 인코딩' 기술을 적용했다.

 

똑같은 4K 고화질이라도 데이터 용량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는 '데이터 다이어트' 방식을 사용했다. 동시 접속자가 폭주할 경우를 대비한 '로드 밸런싱' 기술도 채택했으며, 특정 서버에만 접속 요청이 몰리지 않도록 여러 서버로 골고루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만약의 장비 고장에 대비한 '다중 인코더 자동 전환 시스템'도 갖춰, 중계 장비가 갑자기 멈추더라도 시청자가 전혀 눈치채지 못할 만큼 빠른 속도로 예비 장비가 즉시 연결된다.

 

넷플릭스 엔지니어들은 앞서 운영 중인 서버를 무작위로 종료시켜 시스템의 자생력을 테스트하는 '카오스 몽키' 예행연습을 마쳤다. 

 

서비스 지연을 유발하는 '레이턴시 몽키', 보안 취약점을 찾아내는 '시큐리티 몽키', 데이터센터 단위 장애 상황을 가장하는 '카오스 고릴라'까지 거치며 '무결점 중계'를 향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수년간 축적해온 기술적 완성도가 K팝과 만나 전 세계가 동시대적 감동을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BTS가 2022년 부산 공연을 '위버스' 앱을 통해 전 세계 중계했던 것처럼 K팝 생중계는 자체 팬덤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도되어 왔지만, 이번에는 넷플릭스라는 메가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대중을 아우르는 '문화 이벤트'로 확장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K팝 아티스트들의 월드투어 공식이 '오프라인 공연+글로벌 OTT 생중계'로 재편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넷플릭스 브랜든 리그 부사장은 “이번 공연은 넷플릭스 협업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라며 “이전에 없던 압도적 볼거리를 시작으로 설레는 라이브 콘텐츠를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를 넘어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알리는 강력한 매개체가 될 전망이다. 대한민국 역사의 중심인 광화문 광장과 현대 대중문화의 상징인 BTS가 결합한 무대는 전 세계 팬들에게 한국의 매력을 자연스럽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번 공연을 기획하면서 “한국에서 시작해 글로벌 슈퍼스타가 된 BTS가 컴백한다면 시작점은 한국이어야 하고, 한국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개럿 잉글리시 총괄 프로듀서는 “광화문, 그리고 경복궁이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아주 소중한 이 장소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BTS가 구현하고자 하는 현대적인 요소들을 잘 녹여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서울이라는 곳을 전 세계에 보여줄 뿐만 아니라 이 무대 공간 자체가 최대한 역동적인 프로덕션이 될 수 있게끔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넷플릭스가 브라질·프랑스·미국·인도·인도네시아·태국·일본 등 7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해외 시청자가 K콘텐츠를 접하는 주요 서비스는 넷플릭스인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로 K콘텐츠를 시청한 외국인의 한국 방문 의향은 72%로 비시청자(37%) 대비 2배 가까이 높았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수년간 축적해온 기술적 완성도가 K팝과 만나 전 세계가 동시대적 감동을 공유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신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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