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과 서양 미술의 교차로, 카타르 문화강국으로 도약
카타르는 아랍· 이슬람 미술의 장이자 중동 지역에 현대 서양 미술을 소개하는 역동적인 플랫폼 역할을 자처한다.
1971년 영국의 보호령에서 독립하며 뒤늦게 세계에 이름을 알렸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슬람 미술을 알리고 현대 서양 미술을 중동에 소개하며 글로벌 문화 강국으로의 부상을 꿈꾼다.
카타르 뮤지엄스는 이번 가을 전시 프로그램을 통해 아랍· 이슬람 미술과 현대 서양 미술을 함께 선보인다. 2008년 설립된 이슬람예술박물관(MIA)은 1400년의 기간을 아우르는 이슬람 예술 컬렉션을 선보이며 각종 공예품과 도자기, 귀금속, 필사본 등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MIA 상설 전시관에서 화려함의 정점을 이루는 공간은 단연 다마스쿠스 방이다. 현존하는 도시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도시인 시리아 다마스쿠스는 메카, 메디나, 예루살렘과 더불어 이슬람 문화의 4대 도시로 불린다. 이슬람 미술에서는 문자나 기하학 문양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동물이나 사람의 모습을 그리는 것을 우상 숭배로 여겨 경계했기 때문이다.
근현대 이슬람·아랍 미술의 경향을 살피려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에 있는 ‘마타프: 아랍 현대 미술관’을 찾으면 된다. 마타프는 중동, 북아프리카의 근현대 미술을 선보이며, ‘카타르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자심 알 자이니의 작품 ‘발견’은 어린 소녀가 평화롭게 잠든 어머니의 얼굴에서 ‘바툴라’를 벗기는 모습을 담고 있다. 바툴라는 무슬림 기혼 여성이 착용하는 금속성 마스크다.
미래 작가를 키우는 작업도 활발하다. 2015년 옛 소방서를 개조해 설계한 ‘파이어 스테이션’은 카타르 거주자(외국인 포함)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가 거주 공간이며, 젊은 예술가들이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활동 지원, 전문가 멘토링 등을 제공한다. 지난 6년간 92명이 이곳에서 활동했다.
패션, 디자인 분야에 집중하는 스타트업 중심지 ‘M7’도 있다. M7은 전시회, 교육,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세계적인 예술가와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하며, 현대 추상화의 거장 엘즈워스 켈리의 회고전도 내년 2월까지 열린다. 카타르 뮤지엄스 측은 “중동에서 최초로 열리는 미국 작가의 회고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한 메종 쇼메가 주최한 보석 전시 ‘쇼메 & 네이처’전도 다음달 30일까지 열린다. 자연물의 아름다움을 보석으로 표현해 온 쇼메의 컬렉션과 카타르 뮤지엄스 컬렉션이 함께 전시되며, 하산 2세 모로코 국왕이 카타르에 선물한 금·적벽옥·사금석 등으로 만들어진 ‘카타르 지도’(1975)도 선보인다.
카타르 뮤지엄스 관계자는 “앞으로 방대한 국제 미술 컬렉션을 소장한 아트 밀 박물관을 비롯해 루사일 알 마하 섬에 세계 최고 수준의 동양화·사진·영화·패션 등을 아우르는 루사일 박물관, 어린이 박물관 다두, 카타르 자동차 박물관 등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