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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관광지 '바가지·불친절' 논란, 해외 여행 선호 현상 가속화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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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포해수욕장 / 사진=뉴스패치
만리포해수욕장 / 사진=뉴스패치

국내 주요 관광지의 과도한 요금 책정과 불친절한 서비스가 관광객들의 해외 여행 선택을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설날 명절에만 약 70만명의 국내 관광객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면서 국내 관광지 소비는 감소한 반면, 해외 관광지 소비는 크게 증가했다고 업계가 전했다.

 

특히 MZ세대는 SNS 콘텐츠 확보를 위해서라도 해외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들은 국내 여행 시에도 현지 상점 이용을 최소화하고 대형마트에서 미리 구입한 물품을 가져와 풍경만 즐기고 돌아가는 패턴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과거 여름 휴가철마다 반복되던 '계절 바가지' 현상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진 현재 소비자들은 "내가 내 돈을 쓰는데 왜 애국심을 강요하느냐"며 합리적 소비를 우선시한다고 밝혔다. 무조건적인 애국심에 호소하며 국내 소비를 강요하던 과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의식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관광지 상인들의 구태의연한 영업 방식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8월 경기도에 거주하는 A씨(50대)가 가족과 함께 서해 대표 관광지인 만리포해수욕장을 방문했을 때 겪은 사례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A씨는 "인근 횟집을 둘러보기 위해 횟집 번화가 외곽에 차량을 주차했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횟집을 둘러보고 들어가려는 순간 한 오토바이 운전자가 다가와 "차 빼세요"라며 이유 설명 없이 막무가내로 소리를 질렀다. A씨가 해당 주차 공간이 흰색 실선으로 주차가 가능한 곳이며 점포 입구도 아니라고 항의하자, 상인은 "우리 식당에서 밥 안 먹으면 주차하시면 안 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A씨가 "점포도 아직 오픈하지 않았지 않느냐"고 재차 질문하자, 해당 오토바이 운전자는 "그건 모르겠고 무조건 세우지 말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결국 A씨는 "휴가차 놀러간 곳에서 기분을 상해야 하는 상황을 겪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례로, 20대 B씨는 연인과 함께 제부도에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지만 식사 도중 연인이 "맛이 이상하고 냄새도 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B씨는 "여기 정말 유명한 곳이야, 블로그 리뷰에도 여러 번 나왔어"라며 식사를 계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각자 집에 간 후 두 명 모두 밤새 복통과 설사로 잠을 자지 못했고, 아침이 돼서야 병원을 방문해 식중독 진단을 받았다고 B씨는 전했다. 

 

화가 난 B씨가 전날 식사했던 식당에 오전 11시경 전화해 사과를 받으려 했지만, 식당 주인은 "본인이 자는데 잠을 깨웠다"며 화를 내며 "우리 식당이 몇십 년 운영해도 이런 일 없었다"고 성질을 냈다고 밝혔다. 보상은 없었으며, 끝내 사과하지 않았다고 B씨는 덧붙였다.

 

이런 사례들이 반복되면서 젊은 세대에게 국내 관광지는 불친절과 바가지 상술로만 기억되고 있다. 관광업계에서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한탕주의를 근절하고 친절과 합리적인 가격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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