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웨이브 합병 조건부 승인... OTT 시장 경쟁 구도 변화 주목
공정거래위원회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조건부 승인했다.
내년 말까지 현행 요금 수준을 유지하는 조건이다. 향후 남은 절차는 양사 주주총회를 통한 승인이다. OTT 시장을 독주해온 넷플릭스를 견제할 대형 토종 대항마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공정위의 임원 지위를 겸임하는 기합결합 신고 승인 결정에 따라 상호 이사 등재가 가능해졌다.
이는 양사 경영권 구조에 변화를 주는 사전 단계의 통합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현행 요금 수준 유지 조건이 크게 무리 없다고 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K-콘텐츠 육성과 토종 OTT 플랫폼 강화를 위한 정책 드라이브가 본격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OTT 같은 플랫폼도 나라가 나서고 지원해서 우리 것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OTT 플랫폼 육성을 통해 K-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하겠다는 구상이다.
웨이브 최대주주인 SK스퀘어는 티빙 최대주주인 CJ ENM과 지난 2023년 12월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기업결합 심사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
다른 OTT 사업자들도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빠르게 넷플릭스 중심으로 자리 잡은 OTT 생태계에 균열이 생기면 다른 사업자들에게도 이전보다 기회가 더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유통 주도권과 수익은 넷플릭스 등 외국계 플랫폼이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상황으로 국내 제작사들은 재투자 여력이 부족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위기의식도 호소하고 있다.
티빙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716만명, 웨이브는 413만명이다.
넷플릭스의 지난달 MAU는 1451만명으로, 티빙과 웨이브를 합산한 1129만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3위 쿠팡플레이(715만명)와의 격차를 크게 벌릴 수 있게 됐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 과정에서 티빙과 웨이브에 대한 충성 구독자층이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합병 이후에도 구독을 유지하는 가입자가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한국프로야구(KBO)를 독점 중계하는 티빙과 지상파 콘텐츠 기반의 웨이브는 이용자층이 겹치지 않아 합병 시 상호 보완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웨이브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지만 이용자 체류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된다. 합병 시 콘텐츠 투자 확대, 플랫폼 운영 효율화, 서비스 혁신, 이용자 만족도 극대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
티빙은 국내를 기반으로 글로벌 비즈니스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개별 콘텐츠 반응이 좋았던 일본, 동남아시아, 미국 등이 주요 타겟 시장으로 거론된다. 다만 합병이 최종 성사되려면 양사 주주 전원 동의가 필요하다.
웨이브는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임원이었던 이헌 대표를 지난 3월 말 선임하며 주주사들과의 협의를 강조했다.
티빙은 2대 주주인 KT를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KT는 합병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지만, 공정위 승인 이후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은 “웨이브가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합병을 통해 추구하는 성장의 방향성과 티빙 주주 가치에 대한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