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 대모산성서 출토한 백제시대 목간, 삼국시대 역사 연구에 기여
양주시 대모산성에서 약 1천500년 전 삼국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목간 3점이 발견됐다.
이 중 한 점에는 ‘기묘년’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어, 전문가들은 이 목간이 몽촌토성에서 출토된 목간보다 100년가량 앞선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목간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번 목간 발견은 당시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목간은 고대 동아시아 사회에서 종이가 보급되기 전 사용된 기록 자료다. 양주시와 재단법인 기호문화유산연구원은 지난 5월부터 진행한 대모산성 제15차 발굴 조사에서 성안의 집수 시설에서 목간 3점을 발견했다. 목간은 당시 사람들의 삶과 생활사를 담고 있어 오늘날의 ‘타임캡슐’과 같은 성격을 지닌다.
‘기묘년’이 적힌 목간은 439년 또는 499년을 지칭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목간학회 소속 전문가들은 토기 연대와 475년 백제 웅진 천도 등을 고려할 때 439년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이재환 중앙대 역사학과 교수는 “439년이 맞다면 국내에서 연도가 확인되는 가장 오래된 목간”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목간 2점에서도 의미 있는 기록이 확인됐다. 한 목간에는 앞뒷면에 20자 이상 적혀 있는데, 판독 결과 시체를 뜻하는 ‘시’(尸)자 아래에 여러 글자가 있고 ‘천’(天), ‘금’(金) 자도 보인다. 다른 한 목간에서는 ‘금물노’(今勿奴)라는 글자가 발견됐다. 이는 삼국사기에 나오는 ‘흑양군은 본래 고구려 금물노군이었는데, 경덕왕이 이름을 고쳤다’는 기록과 일치한다.
목간학회 관계자는 “금물노는 고구려계로 알려져 있었는데, 백제 토기와 함께 발견된 목간에 같은 이름이 있어 학계 통설을 뒤집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목간 주변에서는 점을 치는 데 쓰던 뼈인 복골도 출토됐다. 양주시와 연구원은 복골이 중국·일본의 부적과 유사하다며 주술 성격을 지닌 목간으로 산성 안에서 제의적 행위가 이뤄졌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양주시와 연구원은 오는 28일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그간의 조사 성과와 목간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목간 발견은 삼국시대의 역사와 문화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