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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On] 셰프의 미식 정원부터 일제 수탈에도 지킨 문중의 숲까지...220만 사유림 시대, ‘공존의 숲’을 가꾸다

홍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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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 On / 사진=KBS

우리나라 산림의 65%를 소유하고 가꾸는 사람들이 있다개인의 숲이자 우리 모두의 숲을 위해 공존의 해법을 묻는다.

 

■ 각자의 방식으로 숲을 디자인하다

 

우리나라 숲의 약 65%는 사유림이다산림을 소유한 사람만 약 220만 명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숲을 일구고 가꿔왔다나무와 산나물을 심어 삶의 터전으로 만드는가 하면체험 프로그램을 만들어 숲을 문화 생태적인 공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경북 경산에서 산을 일구는 박광옥 씨는 귀산촌 한 지 18년째지금은 두릅과 참죽나무를 심어 성공한 임업인으로 자리 잡았다처음 산을 살 때만 해도 주변에서는 사서 고생을 한다며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지만산의 가능성을 믿었다현재는 산나물까지 시험 재배하며 숲의 풍성함을 누리는 중이다.

 

또 전라남도 구례에 있는 일명 셰프들이 찾는 농장의 장현주 씨는 숲의 생태계를 훼손하지 않고 기른 허브류와 각종 작물로 세프들 사이에서 유명하다어느 날자연요리연구가 문성희 씨가 찾아와 봄의 성찬을 준비한다누군가에겐 미식의 정원누군가에게는 소득의 터전저마다의 방식으로 디자인한 숲을 만나본다.

 

■ 송계(松契)에서 산림계까지, 400년 숲을 지켜낸 헌신

 

부산광역시 기장군아홉산 골짜기에는 금강소나무맹종죽구갑죽 등 진귀한 수종들이 울창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이 풍경 뒤에는 사람을 품고 자연을 섬기며 살아온 400년의 동행이 흐르고 있다남평 문씨 집안이 일제강점기의 수탈 속에서도 놋그릇까지 내던지며 9대에 걸쳐 지켜온 숲이들은 농한기에는 마을 사람들에게 산에서 일하게 하고가지치기로 나온 땔감을 이웃들과 나누며 더불어 살아왔다.

 

이것은 우리 선조들이 숲을 지켜온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조선시대숲이라는 공동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산림 조직송계(松契). 그 상생의 정신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산을 되살리기 위해 지게를 지고 민둥산을 오르내렸던 산림계로 이어졌고오늘날 산림조합의 뿌리가 되었다. 2025년 4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대한민국 산림녹화기록물이 바로 이들이 일궈낸 기적의 증거다.

 

■ 숲의 경영을 돕는 든든한 조언자산림경영지도원

 

산업화와 산림녹화를 동시에 이뤄낸 유일한 나라최근에는 귀농’, ‘귀어처럼 귀산촌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하지만 산을 경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그들에게 꼭 필요한 조력자가 산림경영지도원이다산림경영지도원이란 사유림 소유주들을 위해 법적·행정적 절차를 돕고 임업 기술을 지도하는 등 숲 경영 전반에 대해 조언하는 산림 분야의 전문가다.

 

일반인은 접근조차 힘든 경기도 파주시의 민통선 이북 지역 숲서른세 살이라는 나이에 민통선 숲을 산 청년 임미려 씨는 전쟁의 상흔이 남아 있는 땅을 개척해 아름다운 숲을 일구고각종 체험형 콘텐츠를 만들며 임업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 주고 있다나무 하나 심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민통선 숲에서 임미려 씨가 초창기부터 많은 도움을 받은 건 지역의 산림경영지도원이었다오늘도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임업인들과 함께 숲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 공존의 가치를 전하는 우리 모두의 숲

 

나의 숲에 공공의 가치를 생각하며 가꾸는 이들도 있다강원도 화천군의 깊은 산속화학비료 대신 참나무 껍질로 땅을 기름지게 하고다래나물 그늘 아래 곰취를 심으며 온전히 자연에 의존한 농법을 고수하는 조순정 씨그의 바람은 숲을 잘 보존해 누구든 숲이 키운 나물과 계절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멸종위기 식물을 수집해 보호하는 숲도 있다경상북도 포항시에서 수목원을 운영 중인 이삼우 원장언제 사라질지 모를 위험에 처한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보존하기 위해과수원이었던 땅을 2,000여 종의 자생식물이 자라나는 토종 식물의 보고로 만들어 냈다.


숲을 가꾸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다누구는 숲에서 임산물을 길러 돈을 벌고누군가는 숲을 새롭게 경영해 휴식과 미식의 문화적 가치를 만들어 낸다사람과 자연을 잇는 가장 오래된 통로인 숲소유의 경계를 넘어 공존의 가치를 채워 갈 때숲은 비로소 더 풍요로운 모습으로 우리에게 화답할 것이다.

홍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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