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장르물의 시대, OTT 플랫폼의 새로운 흐름
최근 OTT 플랫폼과 TV 채널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저주 걸린 앱’, ‘1980년대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2019년의 형사’, ‘1500억원 상당의 금괴를 싣고 질주하는 세관원’ 등 다양한 콘셉트의 드라마들이 등장하며 하이브리드 장르물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한두 가지 장르에 집중했던 정통 장르물과 달리, 최근에는 세 개에서 많게는 다섯 개 장르를 혼합하여 몰입감을 높인 작품들이 대중의 니즈를 충족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다양한 재미를 원하는 시청자의 수요에 부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리고’는 이러한 ‘장르물 2.0’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원을 이뤄주는 앱 ‘기리고’에 얽힌 저주로 갑작스러운 죽음을 예고받은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학원물과 호러물을 결합한 이 드라마는 무속인의 조력과 액션, 그리고 저주의 배경을 푸는 과정에서 휴먼 드라마 장르를 더해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신인 배우들의 신선한 연기와 한국적인 무당 소재는 천만 영화 ‘파묘’와 비교될 만큼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으며 공개 약 2주간 넷플릭스 글로벌 톱 10 쇼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는 공개 직후부터 지난 5일까지 톱 10 시리즈 1위를 지켰다.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골드랜드’ 또한 복합 장르를 통해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밀수 조직의 금괴를 얻은 주인공이 금을 독차지하기 위해 탐욕과 배신이 뒤얽힌 관계 속에서 생존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 이 드라마는 드라마, 로맨스, 누아르, 액션 장르를 혼합하여 전개된다.
특히 장르물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 박보영을 주연으로 내세워 시선을 끌었으며, 주인공 커플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범죄의 전말을 밝히는 구성으로 장르물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췄다. 공개 후 한국 디즈니+ 톱 10 TV 쇼 부문에서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하이브리드 장르물의 등장은 OTT 오리지널 시리즈뿐만 아니라 제작사에서 만든 작품을 TV와 OTT에 동시 편성하는 상황에서 드라마 업계 전반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ENA와 티빙에서 동시 공개된 KT 스튜디오지니 제작 드라마 ‘허수아비’는 대표적인 사례로,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시대적 배경과 과거 학창 시절의 관계 설정을 통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1980년대와 2010년대를 오가는 독특한 콘셉트와 과거 가해자와 피해자 관계였던 주인공들이 같은 사건을 배당받아 공조하는 설정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며 첫 회 시청률 2.9%에서 6회 7.4%까지 상승세를 기록했다.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리버스’ 또한 ‘미스터리 멜로 복수극’을 표방하며 별장 폭발사고의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복합 장르의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려는 시도는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문화평론가 김헌식은 넷플릭스가 초기에 마니아층을 타깃으로 장르물을 선보이며 인기를 얻었지만, 현재 회원 수가 증가함에 따라 한국적인 요소와 차별화된 면모를 통해 대중성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한다.
문화평론가 정덕현 또한 시청자들의 장르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장르를 어떻게 잘 운용하여 시청자들을 만족하게 할지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