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빌보드 차트 8위 기록하며 K팝 팬덤 사로잡다
한국 시간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카페. 젊은이들이 모여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같은 안무를 따라 하고 있다.
그들이 추는 춤은 실존하는 아이돌의 것이 아니라, 애니메이션 속 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의 안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만들어낸 새로운 현실이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이 작품은 13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악령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걸그룹과 악령 세계에서 탄생한 보이그룹의 이야기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 현실 음악 시장까지 뒤흔들고 있다.
빌보드 차트 발표일, 뉴욕의 한 음악 전문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가 메인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8위로 데뷔한 것이다. 올해 발매된 OST 중 처음으로 '톱 10'에 진입한 이 앨범은 수록곡 '유어 아이돌'과 '골든'이 각각 '핫 100' 차트 77위와 81위를 기록하며 이중 성공을 거뒀다.
"이건 단순한 애니메이션 음악이 아니에요.
진짜 K팝이죠." 음악 산업 관계자의 말처럼, 이 OST는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100위권에 다수 곡을 진입시켰고, 한국 멜론 차트에서도 '골든'과 '소다 팝'이 상위권에 안착했다.
현장의 열기는 실제 K팝 아이돌들의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방탄소년단 RM은 위버스 라이브에서 '소다 팝' 안무를 따라 추며 노래를 불렀고, 정국은 영화에 대한 호감을 직접 표현했다. 트와이스 멤버들이 '테이크다운' 안무를 추는 틱톡 영상은 1,7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제로베이스원의 '소다 팝' 챌린지는 1,000만 회 이상 재생됐다.
서울 마포구의 한 음악 스튜디오. 이곳에서 OST 제작에 참여한 프로듀서는 "우리는 진짜 K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다"고 말한다.
빅뱅과 블랙핑크의 음악을 만든 테디를 비롯해 쿠시, 빈스 등 더블랙레이블 소속 작곡가들이 대거 참여했고, 실제 아이돌 연습생 출신 작곡가와 가수들이 녹음에 함께했다.
"OST 앨범의 빌보드 차트 진입은 기존 K팝 팬덤이 움직였다는 증거입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의 말이다. 그는 "K팝을 전면에 내세우고 진짜 K팝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했기 때문에 통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평소 K팝에서 보고 듣고 즐기는 요소를 충실히 반영했다"며 "인위적인 시각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대중도 음악을 자연스럽게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는 이 현상은 K팝의 새로운 확장성을 보여준다.
애니메이션 속 아이돌이 실제 차트를 점령하고, 현실의 아이돌이 애니메이션 속 안무를 추는 순환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단순한 콘텐츠를 넘어 K팝의 새로운 실험장이자 성공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