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연초 상승분 모두 반납... 가상 자산 시장 랠리 식었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며 올해 초 기록했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가상 자산 시장 전반에 걸쳐 랠리가 멈추고 하락세가 나타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시세는 16일 9만3000달러 선 초반까지 떨어져 연초 가격으로 돌아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0% 이상 급등했던 가격 상승분이 사라진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비트코인이 연말 20만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현재 시장 분위기는 급변했다.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 화폐 역시 비트코인의 하락에 동조하면서 전 세계 가상 화폐 시가총액은 지난달 초 4조3790억달러에서 현재 3조2820억달러 수준으로 감소했다.
가상 자산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랠리를 펼쳐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디지털 자산 시장 TF를 설립했고, 3월에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자산으로 인정하고 장기 보유를 선언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러한 정책 변화로 비트코인은 음지에서 양지로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기관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수세가 몰려들면서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달 초 12만6250달러를 넘어서는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백악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도 가상 화폐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금리가 낮아질수록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달러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지면서 대체 가치 저장 수단으로 비트코인이 부각됐다.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에서 급격히 미끄러지기 시작한 계기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만남을 앞둔 미중 무역 갈등이었다. 희토류를 둘러싼 전면전이 벌어지면서 투매가 일어났고, 빚을 내 가격 상승에 베팅했던 주문이 대규모로 청산되면서 연쇄 급락장이 펼쳐졌다.
미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주요 경제 지표 발표가 중단되면서 연준이 다음 달 금리를 인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장기 보유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 소식도 투자 심리를 악화시켰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가상 화폐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와 탐욕 지수’는 17일 현재 17로 ‘극심한 공포’ 단계에 도달했다.
이는 올해 시장 가격이 저점을 형성했던 4월 초와 같은 수준이다. 가상 화폐 가격 급락으로 올해 자산 시장 최대 화두였던 ‘에브리싱 랠리’에도 균열이 발생했다.
달러 등 법정 화폐의 가치 하락에 대비해 안전 자산인 금부터 위험 자산인 주식과 비트코인까지 거의 모든 자산의 가격이 동시에 오르던 현상이 멈춘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버블 논란 속에 기술주들이 흔들리고 있는 것도 가상 화폐 약세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매슈 호건 비트와이즈자산운용 CIO는 “가상 자산은 탄광의 카나리아”라며 “시장의 전반적인 위험 자산 회피 분위기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평균 4년마다 찾아오는 비트코인 반감기 이후 가격이 급등했다가 평균 18개월이 지나면 고점을 형성한 뒤 급락한다는 ‘4년 주기설’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의 반감기가 지난해 4월 있었고 그로부터 18개월 후인 올 10월에 가격이 고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와 스테이블코인 혁신 촉진법 통과 때 비트코인 성과가 금을 앞질렀듯, 내년 가상자산 시장구조법 통과가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