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용인서부소방서, 냉방기기 편리함 뒤에 숨은 화재 위험 경고

신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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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용인서부소방서
▲자료제공=용인서부소방서

한낮의 태양이 아스팔트를 달구는 7월의 용인. 용인서부소방서 앞에 서니 김중양 서장의 표정이 무겁다. 그의 손에는 최근 발생한 전기화재 현장 사진들이 들려 있었다. 

 

까맣게 그을린 에어컨 실외기, 녹아내린 멀티탭, 그리고 한때 누군가의 보금자리였던 집의 잿더미. 이 모든 것의 시작은 단 하나의 부주의였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됩니다." 김 서장이 말했다. "에어컨과 선풍기 같은 냉방기기 사용이 급증하는 시기죠. 그만큼 전기화재 위험도 높아집니다."

 

소방서 회의실 벽면에는 최근 3년간의 화재 통계가 붙어있다. 주택화재의 주요 원인 중 상당수가 전기제품의 부주의한 사용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여름철에는 냉방기기의 장시간 가동으로 인한 과열, 과부하가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가 두드러진다.

 

"사람들은 모릅니다. 편리함을 주는 이 기계들이 얼마나 위험한 불씨를 품고 있는지를." 김 서장의 말에는 수십 년간 화재현장을 목격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소방서가 제시하는 에어컨 화재 예방 수칙은 단순하지만 치명적으로 중요하다. 에어컨은 반드시 전용 단독 콘센트를 사용해야 한다. 사용 전에는 플러그와 전선의 손상 여부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실외기는 주기적으로 먼지를 청소하고 주변을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회의실 한쪽에 놓인 전시대에는 화재로 변형된 전기제품들이 놓여있다. 그중에는 여러 개의 플러그가 꽂힌 채 녹아내린 멀티탭이 있었다. 이른바 '문어발식 콘센트'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살아있는 증거물이다.

 

"콘센트 내부의 먼지도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합니다. 젖은 손으로 플러그를 만지는 것도 절대 금물이고요." 김 서장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묻어났다. "이런 기본적인 안전수칙들이 지켜지지 않아 소중한 생명과 재산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현장을 너무 많이 봤습니다."

 

창밖으로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에어컨 바람 소리가 사무실 곳곳에서 들려온다. 편리함과 위험 사이, 그 미묘한 균형을 지키는 것은 결국 우리의 작은 실천에 달려있다.

 

"작은 부주의가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중양 서장의 마지막 당부가 무겁게 울렸다.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실천이 안전한 여름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어디선가 화재 출동 사이렌이 울렸다. 또 하나의 부주의가 만들어낸 비극을 향해, 소방관들은 오늘도 달려간다.

신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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