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창] '과밀지옥'

"그냥 과밀이 아니라 '초초과밀'입니다. 이제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보셔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27%. 우리나라 55개 교도소·구치소 평균 수용률이다. 100명이 들어갈 감옥에 127명을 밀어넣은 상태라는 의미다. 현장에서는 과밀이 한계를 넘어섰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담장 안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KBS <시사기획 창>은 과밀한 다수 교정시설 내부를 단독으로 밀착 취재했다.
■ '수용률 150%' 부산구치소에선 무슨 일이?
지난해 9월, 부산구치소에서 20대 미결 수용자가 사망했다. 검찰 조사 결과 같은 방 수용자들로부터 상습 구타를 당했다. 집단 구타 사실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사건 당시 3명의 교도관이 500명의 수용자를 순찰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1명이 167명을 맡은 셈이다. 부산구치소 수용률은 150%가 넘는 상태였다. 구치소 측은 법원에 구속영장 발부를 신중히 해달라는 공문까지 보내는 등 진작부터 한계 상황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그 대가는 사고로 돌아왔다.
■ '마약과의 전쟁', 구금의 일상화
법무부 교정본부에 따르면 2016년 전국 수용 인원은 56,495명(수용률 121.2%), 꾸준히 줄어 2022년 51,117명(수용률 104.3%)까지 내려왔다가 2023년부터 다시 늘기 시작했다. 2025년 기준 63,680명(125.8%), 올해는 64,354명(127.1%)으로 6만 명을 넘어섰다. 정원(50,614명)을 이미 만 명 넘게 초과한 수치다. '마약과의 전쟁', 전세사기·보이스피싱 단속 등 국가적 단속이 잇따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신질환 수용자도 10년 새 2배나 늘었다. 황지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범죄동향연구본부장은 '중형주의' 정서를 최근 교도소 과밀의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범죄자들에 대한 대중의 강력 처벌 요구와 정치권과 언론의 동조, 그리고 구금의 일상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 뒷감당은? 담장 안은 '사투 중'
문제는 뒷감당이다. 범죄자들이 교도소로 들어간 뒤부터 '담장 안 사정'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버린다. 교도관들은 말 그대로 사투 중이다. 야간 기준, 전국 교도소에서 교도관 1명이 담당하는 수용자 수는 5년 새 24%나 늘었고, 교정시설 내부 사고는 2016년 894건에서 2024년 1,873건으로 2배 증가했다.
■ 8인실에 15명…화장실에서 보낸 밤
교도소가 붐비면서 독방은 2·3인실이 된 지 오래다. 취재진이 만난 한 출소자는 8인실에 15명이 함께 지냈다고 말했다. 잘 공간이 없어 화장실에서 밤을 샌 날도 있었다고 했다. 국내 단 한 곳뿐인 여자교도소에서는 교대로 '앉아서' 자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 '수용자 분리 원칙' 붕괴
교도소·구치소 모두, 신입 수용자들을 어디든 '욱여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범과 누범자, 강력범과 기타사범을 분리 수용해야 하는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 분리돼야 할 수용자들이 한곳에 섞이면 사고 위험은 높아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범죄 교사'가 되어주며 재범 가능성도 증가한다.
■ 교화의 최소 조건
과밀 상황 속 수용자 교화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마약 수용자 7,400여 명 중 마약 단약 프로그램 참여자는 200여 명. 100명 중 3명만 단약을 위한 재활에 참여 중이다. 현장 교도관들은 안타까움을 호소한다. 적절한 교화나 치료 없이 수용자를 그냥 다시 내보내면 누범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교도소 더 지으면 되는데…
'집값'에 민감한 한국 사회에서 교정시설을 새로 짓는 일은 늘 난항에 부딪힌다. 교도소 과밀은 담장 안만의 문제일까. 교화되지 못한 수용자는 결국 사회로 돌아오고, 재범은 새로운 피해자를 만든다. 과밀이 낳은 비용은 이 사회 모두가 함께 치르게 된다. 전문가들은 교도소 확충이 수용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면 벌금형 확대, 가택구금 제도 도입 등 다양한 처벌 방식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시사기획 창> ‘과밀지옥’은 5월 26일 밤 10시 KBS 1TV에서 방송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