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도시공사, 콘크리트 숲에 피어난 녹색 산책로, 동탄 호수공원 주차타워의 변신

화성 동탄의 초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호수공원 인근에 우뚝 선 건축물 앞에 섰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주차 전쟁터였다.
공원을 찾은 시민들의 차량이 인근 도로를 점령하고, 불법 주정차로 인한 경적 소리가 공원의 평화를 깨트리던 곳이었다.
"주말이면 차 댈 곳이 없어서 몇 바퀴를 돌았어요. 아이들과 공원에 오려다 포기한 적도 많았죠." 유모차를 끌고 지나가던 30대 주민 김씨의 말이다.
이런 시민들의 불편은 5월 31일 '동탄 호수공원 주차타워'의 준공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화성특례시와 화성도시공사(HU공사)가 심혈을 기울인 이 주차타워는 7월 1일부터 한 달간 무료로 임시운영되고 있다. 현장을 찾은 날, 이미 많은 차량이 질서정연하게 주차되어 있었다.
총 321면의 주차공간은 그동안 호수공원 일대를 괴롭히던 주차난의 종지부를 찍기에 충분해 보였다.
주차타워의 외관은 일반적인 회색 콘크리트 구조물과는 확연히 달랐다. 유아이에이건축사사무소가 '산책로'라는 콘셉트로 설계한 이 건물은 대형 아치 구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치 하부를 지나며 바라본 풍경은 마치 공원의 연장선처럼 느껴졌다. 인근 상가와 호수공원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이 공간은 단순한 통로가 아닌, 도시의 새로운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자동관수 시스템이 적용된 수직정원이다.
콘크리트 벽면을 타고 자라는 녹색 식물들은 딱딱한 도시 구조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아치 하부 경사로 주변에 식재된 실제 식물들은 이곳이 단순한 주차시설이 아닌, 공원의 자연과 이어지는 산책로임을 상기시켰다.
"처음에는 그냥 주차장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들어와 보니 마치 작은 공원 같아요. 특히 저녁에 오면 조명이 정말 예쁘대요." 주차타워를 이용하던 40대 여성 박씨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이곳에는 경관조명과 음향시설이 설치되어 야간에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현대 도시의 주차장은 대개 기능성만 강조된 삭막한 공간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동탄 호수공원 주차타워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차를 세우는 공간이 아닌, 도시 경관의 일부로서 시민들의 일상에 스며드는 공공건축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HU공사 한병홍 사장은 "이번 주차타워는 부족한 주차공간을 해소함과 동시에 아치 하부의 넓은 공간을 활용해 문화예술 전시와 행사 등 시민들이 향유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이 공간이 앞으로 단순한 주차시설을 넘어 시민들의 문화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동탄 호수공원 주차타워는 도시 인프라가 어떻게 기능성과 심미성, 그리고 환경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콘크리트 숲에 피어난 이 녹색 산책로가 앞으로 화성시민들의 일상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 여정이 기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