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서울 전세 물건 급감, 임대차 시장 '살얼음판'

이하나 기자
입력
정부 대출 규제로 전세 공급 52.9% 감소…가을 이사철 '대란' 우려
▲아파트 이미지 / 사진=뉴스패치
▲아파트 이미지 / 사진=뉴스패치

서울 주택 임대차 시장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 조치로 전세 물건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임차인들은 선택의 폭이 크게 좁아진 상황이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15일 기준 송파구 전세 물건은 1,245건으로 6개월 전 2,643건 대비 52.9% 급감했다. 인근 강동구도 연초 3,680건에서 현재 903건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갭투자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대출 봉쇄 조치의 직접적인 결과로 분석된다.

 

전세 공급 부족 현상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6월 서울 주택 전세 가격은 전월 대비 0.24% 상승했으며, 특히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33% 올랐다. 입주 물량이 많았던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의 전셋값이 모두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 강동·송파·서초구 등 주요 지역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규제 여파로 거래는 주춤하지만 전세 물건은 귀하고 가격도 꺾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잠실 지역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하루에도 신혼부부가 10쌍은 찾아오는데 전세 물건이 부족한 것을 집주인도 알기에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고 전했다.

 

공급 부족 우려는 하반기에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하반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 4,043가구로 상반기보다 20.4%, 지난해 하반기보다 29.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가을철 이사 수요까지 겹치면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전세 시장 위축은 월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126.6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수도권 월세 지수도 127.3으로 집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체 임대차 물건 중 월세 거래 비중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임차인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임대차 관련 규제도 전세 시장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 전월세 신고제 유예 기간이 종료됐고, 내년부터는 고가 주택 기준 시가 12억원 초과 2채 보유자도 전세 보증금 간주 임대료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실제 소득이 없는 전세에 세금을 부과하면 집주인이 전세 공급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R114 설문조사 결과, 전셋값 상승을 예상한다는 응답이 47.66%로 하락 전망 10.82%보다 4.4배 많았다. 월세 전망도 비슷해 상승을 점친 비율이 50.36%에 달한 반면 하락 응답은 6.14%에 그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세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전세 수요가 줄어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반전세로 옮겨가면서 전세와 월세 모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수요가 다소 줄더라도 가격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 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번 대출 규제의 진짜 후폭풍은 아직 오지 않았다"며 "하반기부터 금융권 가계대출 총량을 절반으로 줄이면 4분기 전에 대출이 모두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금 부자가 아닌 이상 주택 매매는 물론 전세 시장에서도 밀려날 수 있어 실수요자라면 자금 여력을 점검하고 계약 갱신이나 매수를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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