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투자 위한 금산분리 완화 검토
정부가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금산분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독점 폐해 없는, 매우 특수한 영역에 한정해 우리 사회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 강유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AI 산업과 같이 국가적으로 중요하고 기업과 정부의 요구가 일치하는 분야에서 예외 조항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논의 범위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검토는 국무총리와 두 명의 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3+알파' 회의가 첫 회의를 시작한 가운데 나온 것으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는 조치로 분석된다.
최근 AI 등 첨단산업에서 기업 간 대규모 투자 경쟁이 벌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의 자금 조달 제약이 심화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달 "AI 등 첨단산업에 투자하려고 해도 금산분리 규제 탓에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고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국민성장펀드 국민보고대회에서 "CVC를 금산분리로 묶어 놓은 곳은 한국뿐"이라며 "CVC가 GP(일반파트너) 역할을 해줄 수 있다면 은행도 같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첨단산업의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투자 난도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기업 주도 투자를 지원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AI, 반도체 등 기술은 일반 투자회사의 역량으로 판단하기 어려워졌으며, 금융권에서도 자금 투자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팹 하나 짓는데 과거에는 30조 원이었지만, 현재는 40조, 50조 원이 든다는 말이 나온다"며 단일 기업의 투자 한계를 지적했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 대기업 자본을 다 합쳐도 미국 빅테크 하나 못 따라가는 상황에서 기업이 모든 투자 부담을 떠안는 것은 무리"라고 CVC 규제 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지주사가 투자할 수 있는 CVC 제도가 도입됐지만, 각종 규제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지주사는 CVC를 100% 자회사 형태로 소유해야 하며, 투자금 조성 시 외부 자금은 40%까지만 허용된다.
해외투자도 총자산의 20%를 초과할 수 없으며, 투자자를 모아 펀드를 만들고 주도적으로 투자하는 기업 GP 역할도 제한된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CVC 규제 완화 또는 GP 허용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회에는 CVC의 외부 자금 규제 비율을 50%, 해외투자 비율을 30%로 확대하는 등의 법 개정안이 다수 계류 중이다. 다만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 한도 등 대기업의 금융회사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금산분리 핵심 규제는 완화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