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마약 밀수 의혹 무혐의, 백해룡 경정 독자 수사 착수
서울동부지검 합수단이 세관 직원 연루 및 경찰·관세청 외압 의혹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 합수단은 세관 직원의 마약 밀수 범행 관여 여부 및 경찰·관세청 지휘부의 직권남용 여부에 대해 사건 처분 및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이는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핵심 의혹 2가지에 대해 사실무근으로 판단한 것이지만, 백 경정은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가 충분하다고 반박했다.
합수단은 마약 밀수범들의 진술을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이들의 진술에 의존한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를 종결했다. 특히 경찰 인천공항 실황조사 영상에서 밀수범들이 말레이시아어로 서로에게 허위 진술을 종용하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상에는 피고인 A가 피고인 B에게 "그냥 연기해. 영상 찍으려고 하잖아. 지금은 그게 중요해", "솔직하게 말하지 말라고. 나 따라서 이쪽으로 나갔다고 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은 당시 말레이시아어 통역 대신 중국어 통역을 대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고인 2명은 분리되지 않고 함께 조사를 받았는데, 이 중 2개국어가 가능한 피고인 A가 B의 진술 통역 역할까지 맡으면서 허위 진술을 유도했다.
합수단은 경찰이 말레이시아어로 짜인 허위 진술을 믿고 이를 토대로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가담 여부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밀수범들끼리 주고받은 편지에서 "세관 관련해서는 기억이 안 난다"는 내용이 확인된 점, 밀수범들의 세관 관련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모순되고 핵심적인 내용이 계속 변경되는 점, 합수단 조사 과정에서 마약 밀수범 전원이 세관 직원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실토한 점 등을 무혐의 근거로 들었다.
합수단은 경찰청과 관세청 지휘부가 영등포경찰서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무혐의로 판단했다. 수사 외압 의혹은 영등포서가 세관 공무원 수사에 나서자 경찰청과 관세청 지휘부가 브리핑 연기 및 보도자료 수정을 지시하고 사건을 서울청에 이첩하라는 등 압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합수단은 지휘부가 외압을 행사할 동기가 없었고, 브리핑 수정 등 지시 내용도 적법하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수 가담 행위가 인정되지 않아 외압을 행사할 동기나 필요성이 없었고, 실제 대통령실의 개입이나 관여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합수단은 브리핑 연기 및 보도자료 수정 지시가 경찰 공보 규칙에 따른 상급청 보고 절차 이행 및 보도자료 중 부적절한 내용 수정을 위한 적법한 업무 지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건 이첩 검토 지시와 관련해서는 시·도 경찰청에서 중요 사건에 대한 수사 주체를 결정해 지휘할 수 있도록 한 경찰 내부 규정에 따른 적법 지시로 확인했다.
또한 백 경정이 세관 관련 수사에서 빠졌다는 말에 조병노 전 서울청 생안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습니까"라고 말했다는 주장도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합수단은 통화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해당 발언은 백 경정이 한 것이었고, 조 전 생안부장은 "수사부, 본청뿐만 아니라 대통령실에도 백해룡에게 그런 연락을 했느냐는 의미로 말한 것이지, 자신도 대통령실에서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합수단은 오히려 백 경정이 경찰 공보 규칙을 깬다고 지적했다. 경찰 공보 규칙상 수사 사건을 공보하는 경우에는 미리 직근 상급기관 수사 부서장 및 홍보 부서장에게 공보 내용 및 대상에 관해 보고해야 한다.
하지만 백 경정은 미리 보도자료를 만들어둔 상태에서 본청 국가수사본부 주무 부서 관계자에게 보강할 것을 짚어보라며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백 경정은 인천공항세관 압수수색을 앞두고 ‘세관 관련 수사’를 예고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려 했으며, 합수단은 이로 인해 수사 기밀 유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백해룡 경정은 합수단의 중간 수사 결과 발표 직후 보도자료를 내고 세관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필로폰 밀수에 가담한 정황 증거가 충분하다고 주장하며, 검찰 사건 기록 상으로도 충분히 소명된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인천공항세관, 김해세관, 서울본부세관, 인천지검, 서울중앙지검, 대검찰청 등 6곳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며 독자적으로 수사를 시작했다. 백 경정은 검찰이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 마약 밀수 사업에 세관 가담 사실을 인지하고 사건을 덮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밀수를 방조한 정황도 기록상 여러 군데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