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 풍력발전기 붕괴 사고 바람에 전도, 코로나 시기 자재 부실 의혹도. . .
전남 화순군 도암면 금성산 풍력발전단지에서 높이 127m의 풍력발전기가 지난 4월 21일 새벽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국내에서 발생한 두 번째 풍력발전기 전도 사고로, 원인 규명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순군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는 4월 21일 오전 2시 50분경 발생했으며, 당시 현장의 풍속은 초속 13m로 측정됐다. 쓰러진 발전기는 지지대 하단부로부터 약 30m 높이에서 빨대처럼 꺾인 것으로 확인됐다.
화순군은 즉각 발전소 주변 접근을 통제하고, 사고 발전기를 포함한 4대의 가동을 중지시켰다. 군 관계자는 "운영 업체의 정밀 안전 진단 결과에 따라 필요한 보강조치를 명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3년 6월 준공된 금성산 풍력발전단지는 약 2년간 가동되어 왔으며, 동일한 전력 생산 규모의 발전기 11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현재 풍력발전기 시공사와 설비 제조업체인 독일 지멘스-가메사의 한국지사, 풍력발전단지 운영사 관계자들이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발전기 타워(지지대)에 사용된 철재의 두께가 부족했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풍력발전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4.7mW급 풍력발전기는 설계 기준상 지지대 지름이 최소 5000mm, 철재 두께는 30mm 이상이어야 한다. 지지대는 한 장당 6mm 이상 두께를 가진 열간 압연 강판인 '후판'을 여러 장 사용하여 제작된다.
주목할 점은 이 발전단지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에 착공됐다는 사실이다. 당시는 전 세계적으로 후판 공급난이 있었던 시기로, 이로 인한 부실 시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풍력발전 업계 관계자는 "지지대 지름을 충분히 확보하고 보강재를 적절히 설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점 여부도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는 2016년 강원 태백에 이어 국내에서 발생한 두 번째 풍력발전기 전도 사고다. 풍력발전기 시설물 사고는 매우 드문 사례로, 제조, 설치, 운영 과정에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만큼 원인 규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사 사고가 드물고 여러 주체가 관련된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화순군은 정밀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