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패치 = 신재철 기자 ]
고흥반도에 자리한 거금도, 가을이 오면 이 섬을 붉게 물들이는 열매가 있다. 호두만 한 크기로 알알이 빨갛게 빛나는 꾸지뽕 열매가 그 주인공.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꾸지뽕나무는 예로부터 약재로 많이 사용했다는데, 탐스럽게 익은 꾸지뽕 생과는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붉은 선물이다.
독특한 생김새의 꾸지뽕에 있는 ‘루틴(Rutin)’이라는 성분이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한단다. 15년 전 고흥으로 귀농한 한홍태 씨의 밭에서는 해풍을 맞고 자란 꾸지뽕 수확이 한창이다. 판매할 열매보다 먹는 열매가 더 많겠다며 웃음꽃이 피는 꾸지뽕 농장.
농사일을 함께하는 동생 공용진 씨 부부도 꾸지뽕의 달콤한 맛에 반했다. 산 너머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진 꾸지뽕 농장에서 들밥 한 상을 만나본다.
일꾼들의 기운을 북돋아 줄 훌륭한 보양식, 꾸지뽕 해신탕을 만든다. 꾸지뽕나무와 뿌리, 잎을 넣고 우린 국물에 말린 꾸지뽕 열매, 생닭과 함께 고흥 앞바다에서 잡아 온 문어와 전복을 듬뿍 넣어 끓이면 산해진미가 완성된다.
꾸지뽕을 넣고 족발을 삶으면 잡내가 없고 쫄깃쫄깃하다. 쌀가루에 꾸지뽕 과즙을 섞어 곱게 물든 반죽을 둥글게 빚은 후, 말린 꾸지뽕 열매를 고명으로 올려 쪄낸 절편은 보기 좋고 맛도 좋다. 무와 당근, 고추에 꾸지뽕 과즙을 더한 물김치는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맛이 일품이다. 꾸지뽕 열매를 갈아서 시원하게 마시는 음료까지, 반가운 들밥 한 상에 일꾼들의 땀이 식는다.
속리산이 감싸 안은 충북 보은으로 8년 전 귀농한 김수향 씨 부부는 부지런함을 타고난 농사꾼들이다. 수향 씨의 고향이자 예로부터 대추로 이름난 고장, 보은에서 정성껏 키운 대추는 올해 유독 길었던 장마와 태풍을 견디고 열매를 맺었다. 한 나무에 100개에서 많게는 150개 정도 열린다는 대추, 아흔다섯 살 노모 이선영 씨도 주렁주렁 열린 대추를 따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부부가 정성 들여 키운 대추는 생과로 즐겨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라는데, 다른 계절에는 만날 수 없는 생대추부터 다양한 쓰임새의 말린 대추까지 절정의 맛을 내는 대추로 차리는 밥상을 만나러 간다.
갓 수확한 생대추는 맛이 달고 수분이 풍부해 입맛을 돋워준다. 미나리와 부추에 생대추를 썰어 넣은 생대추 겉절이는 이 계절에만 맛볼 수 있는 상큼한 별미! 진하게 짜낸 대추즙을 찹쌀에 넣고 지은 약식(약밥)에 잘 말린 대추를 고명으로 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한 대추 약식이 완성된다.
수향 씨가 어릴 때 어머니가 많이 해 주었다는 추억의 음식, 대추 좁쌀 곰은 대추를 푹 고아 체에 거른 후 대추 액과 속살을 좁쌀과 함께 끓이는 영양식이다. 닭발에 양파와 사과, 말린 대추를 넣고 삶은 후에 살을 발라내고, 여기에 말린 대추와 여러 가지 채소를 고명으로 올려 굳힌 대추 닭발 묵은 부드럽고 담백하다. 찹쌀가루를 익반죽해 팥과 말린 대추를 섞어 소로 넣은 쫄깃한 대추 찹쌀 부꾸미까지, 대추의 무한 변신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