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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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코로나19의 이면, 의료공백

[ 뉴스패치 = 신재철 기자 ]

■ 닥터헬기는 왜 회항했나?

지난 12월,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던 다급한 응급환자를 두고 원주지역의 닥터헬기가 회항한 사건이 있었다. 골든타임 내 신속한 이송만이 살길이었던 심장질환 의심환자. 하지만 심근경색 증상 중 하나인 호흡곤란이 코로나19 증상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헬기 이송은 거부됐고, 헬기였으면 10분이면 도착할 상급병원까지 구급차로 47분이나 달려야 했다. 그렇게 상급병원에 도착한 직후, 이재호(가명) 씨는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생명의 골든타임은 왜 코로나19 상황에선 지켜지지 못하는 것일까? 

 

“지금 코로나가 시작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 시간 동안 응급환자를 나를 수 있는 준비는 전혀 되지가 않은 거예요. 그럼 많은 응급환자를 버리겠다는 얘기잖아요”.

-姑 이재호씨 아내 홍지연(가명) 말 中-

■ 의료공백으로 떠나보낸 아들..  故 정유엽 군 아버지가 거리로 나선 이유

경북 경산에서 청와대 앞까지 380여 킬로미터 힘겨운 천릿길 도보 행진에 나선 한 아버지를 만났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1차 대유행 당시, 제대로 응급 치료 한번 받지 못하고 열일곱 살 막내아들을 급성 폐렴으로 떠나보낸 정성재(54)씨. 코로나19 의심 증상과 조금이라도 유사하면 응급 처치조차 제때 받지 못하는 의료 현실은 1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게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아직도 열이 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왕좌왕하고 거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세워지지 않더라고요.”

-姑 정유엽 군 아버지 정성재 말 中-

 

■ 취약한 이들이 더 취약해진다 ...코로나19 시대의 의료 격차 

서울의 대표적인 쪽방촌인 동자동. 이곳 주민 박동수(가명)씨는 지난해와 올해, 다리 염증으로 인한 고열 쇼크를 두 번이나 겪었다. 하지만 평소 이용하던 공공병원은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응급실 문조차 열지 않았고, 민간병원 응급실 역시 고열이란 이유로 받아주지 않았다. 시사직격 취재 결과, 현재 코로나19 전담병원의 21%는 외래진료를 중단했고, 33%는 일반 환자 입원 병동을 운영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평상시 공공병원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 취약계층에게 그 피해가 전가된 상황이다.

 

응급의료기관 수가 부족한 의료 취약 지역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서울 면적 두 배 크기의 경북 의성군에는 24시간 운영 응급실이 단 한 곳뿐이다. 적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살릴 수 있는 치료 가능 사망률을 비교해보면, 서울 강남과 경북의 경우 많게는 3배 이상의 큰 차이를 보인다. 평소에도 극심한 의료 취약지인 지역에 코로나19 확산까지 겹치면, 응급환자들의 생명은 과연 온전히 지켜질 수 있을까?

 

시사직격 제작진은 故 정유엽 군의 아버지 정성재(54) 씨의 천릿길 도보 행진과 더불어 코로나19의 이면, 의료공백을 취재했다. 시사직격 71회 <코로나19의 다른 이름, 의료공백> 편은 4월 23일 금요일 KBS1 밤 10시에 방영한다. [사진제공=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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